top of page
planocean

해안가에 나타난 고래는 어떻게 될까 - 2편


해안가

우리나라의 고래 좌초 대응 현실은 어떨까요?

먼저 고래가 좌초되면 가장 먼저 출동하여 대응하는 기관은 해양경찰입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불법 포획의 흔적이 있는지 먼저 조사합니다.


먼저, 좌초된 고래가 살아있다면 해양수산부 또는 시도지사가 지정한 ‘해양동물전문 구조치료기관’에서 구조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해양동물전문구조·치료기관의 관리와 지원 등에 관한 고시’에 구조치료기관의 구성, 운영 및 지원에 관한 사항이 명시되어 있어요. 다만 우리나라에서 고래류는 구조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극히 드문데다, 현재 운영중인 약 10개의 구조치료기관은 영리목적의 수족관이 대부분을 차지하여 급박한 순간에 즉각 출동이 어렵습니다. 게다가 정부 지원은 실비에 한정되어 인력과 시간에 대한 부분을 희생해야 하며, 구조한 고래를 격리해서 보호할 시설이 대부분 없기 때문에 감염병 발생의 위험도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고래류를 구조치료한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면 죽은 고래는 어떨까요?

‘바다의 로또’라고 불리는 가여운 고래들은 아직 판매와 유통이 가능한 종들입니니다.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고래들은 포획ㆍ채취ㆍ이식ㆍ가공ㆍ유통ㆍ보관이 금지되지만요. 그러나 학술연구 또는 보호의 목적으로는 이용이 가능합니다. 연구나 보호가 목적이라면 이송하고 보관 후 부검할 수 있다는 것이죠. 고래는 해양보호생물로써 생태계법에서 수지맨드라미나 게와 같은 수준의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고래는 일부 종이 여전히 매우 비싼 값에 고래고기로 거래되고 있고 아직 많은 법률에서 ‘수산자원’의 위치에 있습니다. 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가 바로 그렇습니다. 여기에서 혼획, 좌초, 표류 및 불법포획(이하 좌초)한 고래의 처리가 규정됩니다. 우선 누구도 고래를 잡아서는 안되며, 좌초된 고래를 발견한 자는 해양경찰서장에 신고해야 합니다. 해경은 불법 포획 여부를 조사하고 혐의가 없는 경우, 밍크고래처럼 해양보호생물이 아니라면 최초 목격자에게 위판을 허락합니니다. 이게 바로 로또라고 불리는 가여운 고래들입니다.

그런데 혹등고래나 상괭이처럼 해양보호생물에 지정된 경우라면 국립수산과학원이 연구교육용으로 요청하지 않을 경우 폐기한다라고 적혀 있습니니다. 고래를 불법으로 유통하지 않게 하려는 조치로 예상해 볼 수 있죠. 그런데 이 규정 때문에 고래를 연구하고 싶어하는 학자들이 사체를 얻는 게 매우 어렵습니다. 물론 고시보다 상위개념인 해양생태계법에는 해양수산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 ‘이용’ 할 수 있지만, 처음 출동하는 해양경찰이 가장 우선하고 가까운 규정은 고시입니다. 그래서 TV고발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불법 고래고기 유통에 휘말리지 않기 위하여 엄격한 조사를 합니다. 이런 조사는 우리 같은 연구자도 무척 복잡하고 까다로우며, 어업하다가 혼획된 상괭이를 신고하려는 어민들도 몹시 꺼려합니다.


고래가 떠밀려와서 해양경찰이 출동했는데 해양보호생물이고, 국립수산과학원이 연구교육용으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하면 대부분 ‘폐기’합니다. 매년 천여마리가 죽고 있는 상괭이가 그렇고 최근 몇 년 새 혹등고래, 향고래, 범고래 등도 그대로 폐기되었습니다. 문제는 예산, 인력 그리고 부검할 장소 등의 인프라입니다. 갈 길이 멀게 느껴지지만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는 부분이죠.


제주도 고래 부검 현장

2020년 1월, 제주에서 죽은 채 발견된 어린 참고래를 혹한속에 한림항에서 부검하던 날, 약 30명의 자원자들은 온몸이 얼고 허리가 나갈 것 같아도 그렇게 행복할 수 없는 표정을 짓던 게 떠오릅니다. 비록 너무 부패돼서 많은 정보를 얻지는 못했지만 위장관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되었습니다. 지난 3월에는 고래연구소에서 약 9m의 어린 보리고래 부검이 있었습니다. 제 생에 두번째 대형고래 부검이었어요.


죽은 동물이 누구인지, 왜 죽었는지, 바다에 대해 어떤 문제점을 이야기 해줄 지 모르는 그 고래들의 외침을 외면하고 그냥 사라지게 두어서는 안됩니다.


지난 5월 대한수의사회는 고래질병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습니다. 고래가 해안가로 떠밀려 왔을 때 각 지역에서 1차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지역 수의과 학생들과 수의사를 교육하며, 체계적 부검이 가능한 장소를 구해 해양 생태를 면밀히 파악하기 위함입니다. 이 현실에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반복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bottom of page